건강검진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바로 암이라 생각하셨습니까
검사 정확도가 90퍼센트라 해도, 실제로 병에 걸렸을 확률은 그보다 훨씬 낮을 수 있습니다.
기저율 무시란 무엇인가
기저율이란 어떤 일이 전체 집단에서 원래 얼마나 흔하게 일어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입니다. 기저율 무시는 이 배경 확률을 무시하고, 눈앞의 개별 정보만으로 확률을 판단해 버리는 심리를 말합니다.
심리학자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든 대표적인 예시가 있습니다. 어느 도시에 초록 택시가 85퍼센트, 파란 택시가 15퍼센트 운행됩니다. 뺑소니 사고 목격자가 "파란 택시였다"고 진술했고, 이 목격자는 어두운 상황에서 색을 80퍼센트 정확하게 구별한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목격자 말대로 파란 택시일 확률이 80퍼센트라고 답합니다.
하지만 원래 파란 택시 자체가 드물다는 사실을 함께 계산하면, 실제로 파란 택시였을 확률은 80퍼센트가 아니라 약 41퍼센트로 떨어집니다. 오히려 초록 택시였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목격자 진술이라는 눈앞의 정보에 매몰돼, 애초에 파란 택시가 드물다는 기저율을 놓친 것입니다.
건강검진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숫자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실제 의학 통계가 아니라 계산 원리를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어떤 병의 유병률이 1,000명 중 10명이고, 검사 정확도가 90퍼센트라고 가정합니다. 실제 환자 10명 중 9명은 양성으로 정확히 나옵니다. 그런데 병이 없는 990명 중에도 검사 오류로 약 9퍼센트인 89명이 양성으로 잘못 나옵니다.
결국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총 98명입니다. 이 중 진짜 환자는 9명뿐입니다. 양성이 나와도 실제 병에 걸렸을 확률은 90퍼센트가 아니라 약 9퍼센트에 그칩니다. 유병률, 즉 기저율이 낮을수록 이런 차이는 더 커집니다.
신약 발표에서도 같은 착시가 있습니다. "뇌졸중 발병률을 48퍼센트 낮춘다"는 문구는 위험군 환자 중 실제 발병률이 2.8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줄었다는 뜻입니다. 절대적인 차이는 1.3퍼센트포인트에 불과합니다.
숫자를 볼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검진 결과지에 양성이라고 적혀 있어도, 곧바로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지 마십시오. 담당 의사에게 이 병의 유병률과 검사의 위양성률을 함께 물어보십시오.
정밀 재검사나 추가 검사를 권유받으면, 불안해하기보다 절차라고 받아들이는 편이 낫습니다. 첫 검사에서 걸러진 사람 중 상당수는 재검사에서 정상으로 확인됩니다.
광고나 뉴스에서 "몇 퍼센트 감소"라는 문구를 보면, 그 비율이 상대적 수치인지 절대적 수치인지부터 확인하십시오. 두 숫자는 같은 결과를 완전히 다르게 보이게 만듭니다.
양성이라는 단어보다, 그 병의 실제 발생 확률부터 먼저 물어보십시오.
자주 묻는 질문
기저율 무시와 대표성 휴리스틱은 같은 개념인가요
다릅니다. 대표성 휴리스틱은 겉모습이 전형적 이미지와 닮았는지로 판단하는 것이고, 기저율 무시는 배경 확률 자체를 계산에서 빼놓는 것입니다.
검사 정확도가 높은데 왜 결과를 의심해야 하나요
정확도가 높아도 원래 병에 걸린 사람 자체가 적으면, 양성 판정 중 실제 환자 비율은 생각보다 낮게 나올 수 있습니다.
기저율은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요
국가건강검진 통계나 질병관리청 자료, 또는 검진 결과를 설명해 주는 담당 의사에게 직접 물어보는 방법이 가장 정확합니다.
위양성이 나오면 그냥 넘어가도 되나요
임의로 판단하지 말고, 의료진이 권하는 재검사나 정밀검사 절차를 따르는 것이 안전합니다.